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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그리고 대화/보고 듣고 생각하기

[서평] 제주 동쪽

by 신천지행 2021. 6. 28.

 

 

<제주동쪽> 한진오, 21세기북스


대한민국 도슨트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제주도의 동쪽 행정구역상의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구분하지 않고 제주도민들에게 서쪽과 동쪽으로 구분지어 생활권을 형성학 있다고 하는 그 동쪽마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주 동쪽은 구좌읍, 남원읍, 성산읍, 우도면, 조천읍, 표선면에 대한 마을의 근원이 되는 전설이나 그 지역 토박이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에 담겨있는 고유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과거에 인기있던 티비 프로 중에서 전설의 고향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주로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기억되어 있었지만 사실 마을마다 고을마다 구전되어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프로였는데 소재가 무한정이 아닐테니 다시 방영하긴 어렵더라도 그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었다.

이 책은 마치 전설의 고향을 책으로 엮은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어쩌면 전설의 고향보다는 현재 마을에 살고 계신 나이든 어른들의 목소리로 그 마을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하는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제주도는 나름 익숙하고 어느 시점부터는 거의 매년 여행을 다니는 곳이지만 사실 외국의 마을을 다닐때처럼 역사나 문화적 배경에 대해 구석구석 살펴볼 생각을 해보진 않았었다. 아마도 같은 언어권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제주 4.3의 역사나 오름과 동굴마다 어려있는 제주도 고유의 전설들은 낮설고도 신비롭다.

대한민국 도슨트라는 부제가 너무 잘 어울릴만큼 제주도 마을 하나하나 손을 잡고 인도하며 이곳은 어떤 전설이나 생성 배경이 있고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으며 제주도 사람들에겐 지금 어떤 의미로 새겨져 있는지 정말 꼼꼼하고 차분히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다.

제주 동쪽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지만 마을마다 4.3의 상처가 없는 곳이 없어 맘이 아프기도 했고 삼성혈 정도 밖에 몰랐었는데 사실 화산섬이라 가지는 독특한 형상과 자연환경에서 생긴 다양한 설화들 중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많은 만신들도 신비로웠다.

가난했던 시절 아이들 교육을 위해 물질했던 해녀들의 모습과 그래서 마을마다 '학교마당'이 생겨난 배경이나 그런 해녀들의 공덕비조차 남여차별받았던 슬픈 순간들까지 정말 지긋지긋한 차별의 시대를 제주도 겪어 왔구나 싶었다.

익숙했던 동네들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들고 온평리의 백년해로나무도 찾아봐야 할 것 같고 대한민국 도슨트의 다른 시리즈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참 멋진 기획에 좋은 책이라서 출판사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이 미안해졌다.

 

 

※ 이 글은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